번   호 24 번 글 조회수 8267
작성자 홍어사랑 작성일 2003/06/05, 12:17:52
제   목 전라남도 흑산도 홍어회 [새마을금고 사보]


  
삭힌 것일까 썩힌 것일까. 둘 다 미생물의 작용에 의한 것이지만 삭힌 것은 먹을 수 있고 썩힌 것은 먹을 수 없다. 삭히는 것을 발효라고 하고 썩히는 것을 부패라고 한다. 홍어를 실온에서 며칠 두면 미생물에 의해 암모니아가 발생하여 톡 쏘면서 역한 냄새를 낸다. 발효일까 부패일까. 암모니아는 독성 물질이므로 부패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 홍어의 암모니아는 먹어도 괜찮다. 그렇다면 발효가 아닐까. 이런 까닭에 홍어회를 설명한 글들을 보면 ‘삭힌 생선’이란 표현도 있고 ‘썩힌 생선’이란 표현도 있다. 홍어회는 즐겨 먹는 사람과 꺼리는 사람이 극단적으로 나뉜다. 화학적 분석에 따르지 않더라도 홍어회를 즐기는 이들에겐 ‘삭힌 것’이 되겠고 꺼리는 이들에겐 ‘썩힌 것’이 될 수 있겠다.

홍어를 삭힐 때 몇 가지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절대 물기가 닿으면 안 된다. 악취를 풍기며 썩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기와의 접촉이 잦아도 맛이 변한다. 그래서 잘 삭은 홍어는 깨끗한 종이로 돌돌 말아 보관한다. 또 홍어 표피에 허물허물한 점액이 싸여 있는데 이를 닦아내면 암모니아 향이 약해진다. 진짜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점액과 같이 먹어야 제맛이 난다고 한다.

  

  
내가 홍어회 맛을 들인 것은 10년 전 쯤의 일이다. 홍어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지만, 두세 차례 먹다보니 이 세상에 이만큼 맛있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가 되었다. 인간의 미각이란 참 신비롭다. 홍어회를 꺼리는 독자들에게 한 말씀 드리고 싶다. ‘미각도 훈련하기 나름입니다. 용기를 가지십시오. 홍어회 맛을 안다는 건 남도 음식 맛의 절반을 알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홍어와 가오리, 간제미는 비늘이 없고 넙데데한 게 마름모 모양으로 생겨 꼭 외계인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은 다 같다. 그리고 삭히면 짜릿한 암모니아 향을 풍기는 것도 같다. 그러나 그 향기와 맛에 있어서 가오리와 간제미는 홍어의 꼬리에도 좇아오지 못한다. 특히 씹히는 촉감에서 큰 차이가 난다. 홍어는 차지지만 가오리와 간제미는 무르다. 생김새에서도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홍어는 특히 앞부분이 뾰족 튀어나왔고 등에 가시가 박혀 있다.

홍어 중에서도 흑산도 근해에서 나는 것 외에는 물홍어라고 하며 맛이 없다. 중국 동지나해에서 잡은 홍어가 수입되고 있는데 흑산도 홍어와 달리 뼈가 억세어 회로는 날개 부분밖에 못 먹는다. 어시장에서 내장과 몸통 부분을 도려내고 파는 것은 거의가 수입 홍어이다.

흑산도 외 지역에서 흑산도 홍어 먹기는 어렵다. 흑산도 홍어 값이 수입 홍어에 비해 워낙 비싸 장사치들이 아예 사려고 들지를 않는다. 그래서 타지에서는 구할 수도 없는 흑산도 홍어가 흑산도 수산물 도매상 냉동창고에서는 ‘썩어나는’ 이상한 일도 벌어진다.

홍어회를 먹는 ‘전통적인’ 방법이 있는데, ‘홍탁’이 그것이다. 홍어회를 한입 물고 막걸리를 쭉 들이키면 홍어회의 알싸한 향과 막걸리의 텁텁한 맛이 혀끝에서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홍탁삼합’이라 하여 묵은 김치에 싼 돼지 삼겹살을 곁들여 먹기도 하는데 전남 지방에서는 최고의 맛으로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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